보통 “홈페이지” 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가능하면 다른 용어를 찾게 된다. 홈페이지라는 단어가 웹을 인쇄매체와 같다고 오해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면 포스터고 웹에 게시하면 홈페이지인가?
웹디자인을 페이지당 단가로 산정하는 관행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실 웹은 2차원적인 매체가 아니다. 흔히 링크라고 부르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공간이동이 이뤄진다는 점 하나만 보더라도 웹은 입체적인 구조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웹을 단순한 전단지들로 도배하고 있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 그 쓰임새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망치 대신 스마트폰으로 못을 박겠다는 사람이 자기 사는 동네에선 다들 그렇게 한다며 스마트폰으로 못에 내리친다면 그걸 보면서 “악!” 하는 탄성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종이로 만든 집(홈페이지)’ 이 튼튼할리도 없고 그 안에서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이래봐야 어디까지나 인쇄매체의 한계 안에 갖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책을 만들지 왜 웹에다 그걸 하세요?” 하고 묻고 싶을 뿐이다.
홈페이지라는 말은 오래되었고 이 단어가 출현한 당시에는 가상세계에 내 존재를 알리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들떴을 것이다. 내 집이 목조인지 RC조인지… 페이퍼조(?)인지 그게 뭐 중요했겠나? 하지만 그로부터 한 세기를 넘어 아직까지도 종이집을 짓고 있다면 우리의 주거환경, 아니 웹환경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정말 지금 이대로 충분한가?’ 라고 말이다. “집이란 게 비 피하고 잠만 잘 수 있으면 그만이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천년의 집을 지을 것도 아니고 그냥 단촐하게 우리 식구 다리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면 그게 종이건 뭐건 상관있나?
웹을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면 좋겠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통하고 성장하는 그런 아바타를 꿈꾸면 좋겠다. 그리고 이해해야할 것이 웹은 밥 대신 컨텐츠와 업데이트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 도대체 생판 남인 웹디자이너에서 제 자식을 맡기고 위탁기간 종료된 뒤에는 풀뜯어먹고 살라고 방치하는 부모가 어디 있냐 말이다. 낳기만 하면 그냥 알아서 큰답디까? 알아서 크는 그런 기특한 자식을 바랍니까?
자, 지금까지 투덜거리면서 썼는데 정리하면 두 가지다.
첫째, 웹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기획에서부터 2차원적인 사고를 버리고 4차원으로 가자.
둘째, 웹은 만드는 것 만큼 가꾸고 관리할 때 살아남는다는 것.
다양한 웹환경에 대처하는 방법
불과 3~4년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윈도우를 설치하면 같이 깔리는 익스플로러가 웹브라우저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웹 브라우저” 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은 익스플로러로 하는 거(?) 였드랬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웹사이트 대부분이 2001년에 출시된 구형 브라우저를 기준으로 제작되었는데 IE6(인터넷 익스플로러 6)는 신기술을 적용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파이어폭스, 사파리, 크롬, 오페라 등의 다른 웹브라우저들과 호환이 되지 않아 웹 개발자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였다. 헌데, 2009년 이런 국내 웹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고 더불어 아이패드와 같은 타블릿까지 보급되고 맥 유저가 늘어나면서 IE가 아닌 사파리나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를 경험하게 된다. 웹표준이 화두가 되고 다양한 환경을 맞춰주는 퍼블리셔의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윈도우7, 윈도우8을 내놓으면서 구버젼의 익스플로러는 점유율이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웹환경이 워낙 다양해지다보니 이제는 브라우저별 환경을 고려하여 최적화시키는 일이 늘었고 워드프레스 테마를 제작할 때도 이 점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의 유료 테마들 대부분이 스마트폰, 타블릿 PC 환경 최적화에 촛점을 맞춰 개발되고 있고 관련 플러그인들도 상당히 다양해지고 있으며 워드프레스 사용자 대부분이 관련 기능을 활용한다.
최근에는 아이패드 미니까지 출시되는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어 웹사이트를 설계할 때 이런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조그만 스마트폰에서 30인치까지 모니터 크기가 다양해지면서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정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7인치 아이맥 화면을 기준으로 웹진을 구성했다고 치자. 2560 x 1440 의 화면에 보여지던 컨텐츠가 아이폰 3GS(480 x 320)에선 어떻게 보일까? 아이패드2(1024 x 768) 에선 또 어떻게 보일까? 축소된 화면에선 버튼도 제대로 누르기 어려울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모니터의 최소폭인 1024을 기준으로 스크롤바를 고려해서 대략 가로 980px 안팍으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엔 스마트폰 최소 화면인 480px에 두배를 곱한, 960px을 기준으로 한단다. 데스크탑 모니터는 커졌는데 왜 웹사이트는 작아지냐고 묻는다면, “당신 호주머니 안에 있는 그 놈 때문입니다!” 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데스크탑에서 하던 일을 스마트폰으로도 하고 있으니 웹사이트도 모바일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또는 타블릿 화면에 익숙해지면서 데스크탑의 화면에서도 큼지막하게 보여지는 것을 반긴다는 점이다. 아마도 모바일 기기에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복잡하고 꽉찬 구성 보다 단순하고 명료한 화면을 선호하게 된 것 같다. 특히, 아이패드 앱으로 한때 인기를 얻었던 플립보드의 영향으로 웹사이트 디자인을 플립보드와 같은 앱 스타일로 만들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점점 웹과 앱이 뒤섞이는 양상이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지긋지긋한 IE6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기뻐해야할지 모른다. 하지만, 거인 뒤에 있던 난장이들이 인해전술로 덮쳐오는 형국이랄까? 하나를 막았더니 다른 놈이 다리를 물고 또 한 놈은 뒤통수를 치고 있다. 이젠 크기가 제각각인 디스플레이에 맞춰야 하니 이 일을 어쩐다? 결국 선택의 문제로 넘어간다. 웹사이트를 계획할 때 제일 처음 해야 할 일 중에 하나, 웹사이트의 성격을 고려해 얼마나 모바일 친화적으로 만들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그 기준에 따라 웹사이트의 구조, 레이아웃, 디자인 모든 것이 달라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모바일 환경을 고려할 것인가 말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만큼 방영할 것인가가 기준이란 점이다. 웹사이트 방문자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할 것이고 앞으로 그 비중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웹을 배제시킨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결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컨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은 매체에 따라 그 형식을 달리 하는 것이 당연하고, 웹은 종이와는 다른 나름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웹환경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웹에 대한 고정관념, 타 매체와 동일 선상에서 계획하려는 낡은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지금 호주머니에 있는 작은 녀석을 꺼내 그 창 안에 무엇이 있는지 유심히 보자. 크게 만든다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게 만드는 것이 많은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워드프레스 증후군
지난 5년간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면서 MU, bbPress, Buddypress 까지 워드프레스가 제공하는 기능은 나오기가 무섭게 적용했었다. 설치해 본 플러그인도 한 둘이 아니다. 처음엔 이런 워드프레스의 확장성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유사 플러그인 수십개를 테스트하면서 설치와 삭제를 반복했다. 이 모든 것이 “공짜” 라 생각했고 적어도 10개 중에 하나, 100개 중에 하나는 내 맘 같은 놈이 있겠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료 테마, 무료 플러그인은 생각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못했고 투자한 시간만큼 좋을 결과도 얻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은 유료 테마/플러그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료 테마, 플러그인도 의외로 오류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A/S를 기대할 수 없으니 모든 것이 선택한 사용자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것이 ‘워드프레스의 늪’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끊없이 쌓이는 플러그인과 업데이트 목록
지금도 워드프레스로 운영되는 상당수의 웹사이트들이 이런 점에서 비슷한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증상과 폐해를 겉과 속으로 나누어 찾을 수 있는데, 외부로 보여지는 증상의 가장 큰 원인은 테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워드프레스는 테마(theme)를 교체하기만 하면 웹사이트의 레이아웃 또는 디자인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데 이 점이 독이 되어 웹사이트 디자인을 수시로 바꾸게 된다는 점이다. 웹사이트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제 모습을 바꾸면 방문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여기가 저번에 왔던 거기가 맞나?’ (카멜레온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보호색을 띄는 것이니 웹사이트를 숨기려고 테마를 바꾸는 것이라면 OK!) 게다가 최근에는 사이트를 확장하면서 섹션별(멀티사이트를 구현한다든가 하는 방식)로 전혀 다른 테마를 설치해서 메뉴를 누를 때마다 공간이동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뿐이 아니다. 사이드바의 위젯을 수시로 변경하다보면 같은 디자인 안에서도 길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워드프레스의 테마, 위젯이 가져오는 문제점인 것이다.
사실 워드프레스를 홍보하고 잇점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테마와 위젯이고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디자인과 레이아웃, 플러그인 기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 혹해 워드프레스에 입문하게 된다. 하지만 디자인이 자주 바뀌고 레이아웃과 버튼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는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좋아할까?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여기 아직 개편중인갑네’ 게다가 테마가 바뀔 때마다 본문이 있는 싱글페이지의 레이아웃도 바뀌게 되는데 그때마다 컨텐츠를 해당 폭에 맞춰 최적화하게 된다. 이런 일은 글쓰기와는 상관도 없는 일인데 말이다. 책상정리하는라 일을 못한다면 차라리 그 책상 없는게 나을지 모른다. 자신의 책상이 8단 변신을 한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다수의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삭제하길 반복하는 동안 DB는 누더기가 되기 때문이다. 플러그인을 삭제해도 설치할 때 생성된 테이블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DB를 관리하는 플로그인도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어느 정도 사전지식 없이 DB를 건드리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걸 명심하자. 웹사이트의 정보가 순식간에 날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DB를 관리해 준다는 그 플러그인이 안전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워드프레스는 리콜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하나의 도메인과 호스팅을 가지고 여러 개의 서브사이트를 분양할 수 있는 MU(multisite)기능으로 예를 들어보자. 서브사이트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DB에는 한 개의 독립 사이트를 만들 때 만큼 테이블이 추가된다. 밖에서 보기엔 아파트인지 몰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단독주택을 포개서 쌓아놓은 식이라는 얘기다. 워드프레스의 기능들이 모두 완성도 높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플러그인을 만드는 개발자의 수준도 제각각이고 그 완성도를 판별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처럼 주기적으로 포맷해서 다시 깔 생각이 아니라면 플러그인을 설치할 때도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웹사이트가 이유없이 느려진다거나 처음보는 사용자가 내 사이트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드프레스의 장점은 웹사이트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에 있다.
하나의 소켓에 수십, 수백개의 플러그를 꼽아 놓고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돌리면 다가올 일은 “정전” 밖에 없다. 한도 끝도 없이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장치가 어디 있겠나? 그리고 그걸 테스트해 본 사람은 또 어디있을 것이며…? 이런 점에서 섣불리 워드프레스의 확장성과 가변성을 홍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테마와 플러그인, 위젯을 활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이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그것도 1~2시간만 설치법 배우고 나면 플러그인과 테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말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워드프레스의 장점은 웹사이트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다는 데 있고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간결하게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관리해야한다. 불필요한 플러그인, 불량 플러그인, 수명이 짧은 플러그인을 최대한 걸러내고 최소한으로 최적의 환경을 꾸미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테마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유부단하게 만든다면 그것을 결코 장점일 수 없다. ‘싼게 비지떡’인 이유는 비지떡에 만족하지 못해서 생기는 심리적인 박탈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기 테마에 만족하던가, 그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자신만을 위한 디자인을 만들던가!
워드프레스는 여러가지 증후군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장점을 장점으로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처럼 적절한 처방과 용법을 모르고서는 약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게다가 워드프레스 증후군은 보험도 안된다는 사실…. ㅠㅠ;
웹 디자인? 웹 설계!
설계를 영어로 하면 디자인! 하지만 우리는 디자인과 설계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어감상 설계라는 단어가 공학적이라면 디자인은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일 같다. 공대냐, 미대냐?
자, 그럼 웹은 어떤가? 디자인해야 할까? 설계해야 할까? “웹디자인” 이라는 말이 익숙한 만큼 우리는 웹을 디자인의 대상으로만 봐왔던 것 같다. 지금까지 줄곧 웹을 시각적인 결과물로만 이해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터넷 세계에선 보여지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예를들어, 직원 한 명 없이 운영되는 동네 점포도 웹에선 다국적 기업을 흉내낼 수 있는데 이때의 디자인은 가짜 그림을 만들어내는 일이 된다. 웹을 ‘사이버 공간’이 아니라 ‘사이비 공간’으로 불러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바라보는 웹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상대를 속일 수 있고 그래서 속 없는 껍데기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정체를 알 수 없으나 섹시한, 그런 유령들의 파티장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때 등장한 것이 블로그다. 지금은 파워블로거와 자본이 결탁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분명 블로그는 디자인이 아닌 컨텐츠로 살아가는 놈이다. 우리나라에선 워낙 블로그를 홈페이지/웹사이트와 구분해서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정보를 담고 있을 뿐이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블로그엔 없는 고급정보가 홈페이지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어디에 서도 이상할 것 없는 카피 몇 줄에 백인 모델이 서 있는, 그게 무슨 정보가 되겠느냐 말이다. 사실 우리가 흔히 ‘홈페이지’라고 부르는 곳에는 그럴듯한 그림만 있지 유용한 정보랄 게 없다.
그에 비해 블로그는 컨텐츠 그 자체로 살아가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구분할 때, 컨텐츠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차이는 확연히 나타난다. 다만, 우리나라의 블로그는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탈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컨텐츠를 관리하는 구조나 표현 형식이 단순하고 획일화되어 있어 사적인 ‘일기장’ 이라는 인식을 넘어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시 말해, 블로그는 허세 가득한 웹을 컨텐츠 중심으로 돌려 놓았지만 형식과 디자인에 대한 숙제가 남았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세상에 고개는 든 녀석이 하나있는데 바로 “워드프레스(wordpress)”라는 녀석이다. 처음엔 설치형 블로그툴로 알려지다가 3.0으로 버전업되면서 다양한 확장 기능들을 선보였는데 custom post type 이라는 것도 이 때 등장했다. 바로 컨텐츠를 형식별로 사용자화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기존의 블로그 글을 워드프레스에서는 포스트(post)라고 하는데 제목이 있고 본문, 요약글, 카테고리, 태그, 대표이미지… 등으로 구성되있다. 그리고 그런 입력폼에 내용을 채워넣으면 우리에게 익숙한 블로그 형식으로 보여지게 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일기 형식의 글이 아니라 사진이나 건축물, 사람, 애완견, 책 등 성격이 다른 대상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려고 한다면 글제목, 본문, 요약, 카테고리, 태그의 구성이 아닌 다른 구분과 형식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세계 각국의 건축물을 정리한다고 생각하면 건축물의 이름과 위치, 성격, 연락처 등등 일기를 쓸 때와는 다른 다양한 정보를 세분화하고 성격별로 분류할 필요가 생기는데 커스텀 포스트 타입(custome post type)은 이런 형식을 사용자가 확장해서 만들어 쓸 수 있게 해준다. 커스텀 포스트 타입으로의 확장되면서 블로그툴로 불리던 워드프레스는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엔진” 이라는 새로운 직위를 수여받게 된다.
이런 웹 환경의 변화 그리고 워드프레스의 진화가 의미하는 것을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디자인이 겉모습 곧 허울을 만드는 일이었다면 이제 속을 들여다보고 안과 밖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젠 페이지 디자인이 아닌 컨텐츠 관리 방식 자체를 디자인하는 단계로 들어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웹디자인 이라는 말은 웹설계로 바꿔보면 어떨까? 컨텐츠에 포커스를 두고 생산적인 CMS를 계획하는 일. 디자인에 매몰된 웹을 재건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워드프레스
최근 국내에서 워드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서울시 홈페이지로 촉발된 언론보도가 큰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최근 1~2년 사이, 주변에서 워드프레스를 물어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걸 보면 일시적인 반응이라기보단 국내의 웹환경도 이제 변화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년전 만 해도 워드프레스를 설명하다 지치기 일쑤였는데 최근엔 오히려 ‘일단 워드프레스로 하고 싶소’ 라고 결론을 들고 오는 사람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 워드프레스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워드프레스라는 용어 자체를 생소해하던 과거나 워드프레스 붐이 일고 있는 지금이나 워드프레스로 일을 진행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워드프레스를 처음 접하는 분들 대부분이 다양한 디자인과 플러그인, 그리고 이 모든 게 공짜라는 사실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어디에 적합한지, 효과적인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평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도입하게 된다. 워드프레스가 활용될 수 있는 범위는 넓지만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특수한(?) 웹환경을 고려할 때 프로젝트 진행 전에 다음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과연 워드프레스가 필요한가?
한반도에선 구글보다 네이버고 블로그 형식보단 게시판을 선호하고 페이스북과 싸이월드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아니, 페이스북이 싸이월드를 베꼈다고 생각한다). 결제를 하기 위해선 각종 Active-X 를 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IE를 사용한다. 워드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보니 이런 요청도 늘어간다.
워드프레스에 게시판 어떻게 넣나요?
카드 결제는 안되나요?
그런데 이런 질문에 워드프레스로 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워드프레스는 전세계인이 공유하고 있는 오픈소스인데 한반도의 특수한 웹환경을 기준으로 워드프레스를 끼워맞추는 일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애초의 목적에 맞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되고 공유되고 있는 소스들을 활용하지 못할 바엔 워드프레스를 버리고 기존의 방식대로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편이 비용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워드프레스는 컨텐츠(DB) 관리 면에서 추후에 있을지 모를 리뉴얼이나 확대개편에서 유리할 수 있다.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현재보다 미래에 가치를 두고 선택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블로그보다 워드프레스로 만든 블로그가 디자인이 좋다?
그럴 수 있지만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투자될 비용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 워드프레스 테마나 플러그인을 개발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워드프레스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오랜 시간 여기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데 국내 워드프레스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인데다가 국내의 웹환경이 외국과 비교할 때 독특한 구석이 많아 워드프레스를 국내 실정에 맞추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최근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SNS들을 보더라도 전세계 사용자가 글로벌한 하나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선 불편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급변하는 웹환경에 순발력있게 대처하기 위해선 여러 개의 확장팩보다 하나의 코어에 집중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트렌드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때 시장에 내놓기도 어렵다.
워드프레스는 워드프레스답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
웹사이트를 계획할 때엔 국내의 웹 환경을 고려하고 워드프레스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한 후에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검토해 가는 것이 현명하다. 결코 워드프레스는 공짜도 요술지팡이도 아니란 걸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