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증후군 Essay · 2013년 1월 14일

지난 5년간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면서 MU, bbPress, Buddypress 까지 워드프레스가 제공하는 기능은 나오기가 무섭게 적용했었다. 설치해 본 플러그인도 한 둘이 아니다. 처음엔 이런 워드프레스의 확장성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유사 플러그인 수십개를 테스트하면서 설치와 삭제를 반복했다. 이 모든 것이 “공짜” 라 생각했고 적어도 10개 중에 하나, 100개 중에 하나는 내 맘 같은 놈이 있겠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료 테마, 무료 플러그인은 생각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못했고 투자한 시간만큼 좋을 결과도 얻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은 유료 테마/플러그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료 테마, 플러그인도 의외로 오류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A/S를 기대할 수 없으니 모든 것이 선택한 사용자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것이 ‘워드프레스의 늪’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끊없이 쌓이는 플러그인과 업데이트 목록

지금도 워드프레스로 운영되는 상당수의 웹사이트들이 이런 점에서 비슷한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증상과 폐해를 겉과 속으로 나누어 찾을 수 있는데, 외부로 보여지는 증상의 가장 큰 원인은 테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워드프레스는 테마(theme)를 교체하기만 하면 웹사이트의 레이아웃 또는 디자인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데 이 점이 독이 되어 웹사이트 디자인을 수시로 바꾸게 된다는 점이다. 웹사이트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제 모습을 바꾸면 방문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여기가 저번에 왔던 거기가 맞나?’ (카멜레온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보호색을 띄는 것이니 웹사이트를 숨기려고 테마를 바꾸는 것이라면 OK!) 게다가 최근에는 사이트를 확장하면서 섹션별(멀티사이트를 구현한다든가 하는 방식)로 전혀 다른 테마를 설치해서 메뉴를 누를 때마다 공간이동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뿐이 아니다. 사이드바의 위젯을 수시로 변경하다보면 같은 디자인 안에서도 길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워드프레스의 테마, 위젯이 가져오는 문제점인 것이다.

사실 워드프레스를 홍보하고 잇점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테마와 위젯이고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디자인과 레이아웃, 플러그인 기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 혹해 워드프레스에 입문하게 된다. 하지만 디자인이 자주 바뀌고 레이아웃과 버튼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는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좋아할까?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여기 아직 개편중인갑네’ 게다가 테마가 바뀔 때마다 본문이 있는 싱글페이지의 레이아웃도 바뀌게 되는데 그때마다 컨텐츠를 해당 폭에 맞춰 최적화하게 된다. 이런 일은 글쓰기와는 상관도 없는 일인데 말이다. 책상정리하는라 일을 못한다면 차라리 그 책상 없는게 나을지 모른다. 자신의 책상이 8단 변신을 한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다수의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삭제하길 반복하는 동안 DB는 누더기가 되기 때문이다. 플러그인을 삭제해도 설치할 때 생성된 테이블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DB를 관리하는 플로그인도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어느 정도 사전지식 없이 DB를 건드리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걸 명심하자. 웹사이트의 정보가 순식간에 날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DB를 관리해 준다는 그 플러그인이 안전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워드프레스는 리콜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하나의 도메인과 호스팅을 가지고 여러 개의 서브사이트를 분양할 수 있는 MU(multisite)기능으로 예를 들어보자. 서브사이트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DB에는 한 개의 독립 사이트를 만들 때 만큼 테이블이 추가된다. 밖에서 보기엔 아파트인지 몰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단독주택을 포개서 쌓아놓은 식이라는 얘기다.
워드프레스의 기능들이 모두 완성도 높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플러그인을 만드는 개발자의 수준도 제각각이고 그 완성도를 판별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처럼 주기적으로 포맷해서 다시 깔 생각이 아니라면 플러그인을 설치할 때도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웹사이트가 이유없이 느려진다거나 처음보는 사용자가 내 사이트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드프레스의 장점은 웹사이트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에 있다.
하나의 소켓에 수십, 수백개의 플러그를 꼽아 놓고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돌리면 다가올 일은 “정전” 밖에 없다. 한도 끝도 없이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장치가 어디 있겠나? 그리고 그걸 테스트해 본 사람은 또 어디있을 것이며…? 이런 점에서 섣불리 워드프레스의 확장성과 가변성을 홍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테마와 플러그인, 위젯을 활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이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그것도 1~2시간만 설치법 배우고 나면 플러그인과 테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말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워드프레스의 장점은 웹사이트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다는 데 있고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간결하게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관리해야한다. 불필요한 플러그인, 불량 플러그인, 수명이 짧은 플러그인을 최대한 걸러내고 최소한으로 최적의 환경을 꾸미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테마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유부단하게 만든다면 그것을 결코 장점일 수 없다. ‘싼게 비지떡’인 이유는 비지떡에 만족하지 못해서 생기는 심리적인 박탈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기 테마에 만족하던가, 그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자신만을 위한 디자인을 만들던가!

워드프레스는 여러가지 증후군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장점을 장점으로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처럼 적절한 처방과 용법을 모르고서는 약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게다가 워드프레스 증후군은 보험도 안된다는 사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