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워드프레스 Essay · 2012년 5월 23일

최근 국내에서 워드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서울시 홈페이지로 촉발된 언론보도가 큰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최근 1~2년 사이, 주변에서 워드프레스를 물어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걸 보면 일시적인 반응이라기보단 국내의 웹환경도 이제 변화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년전 만 해도 워드프레스를 설명하다 지치기 일쑤였는데 최근엔 오히려 ‘일단 워드프레스로 하고 싶소’ 라고 결론을 들고 오는 사람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 워드프레스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워드프레스라는 용어 자체를 생소해하던 과거나 워드프레스 붐이 일고 있는 지금이나 워드프레스로 일을 진행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워드프레스를 처음 접하는 분들 대부분이 다양한 디자인과 플러그인, 그리고 이 모든 게 공짜라는 사실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어디에 적합한지, 효과적인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평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도입하게 된다. 워드프레스가 활용될 수 있는 범위는 넓지만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특수한(?) 웹환경을 고려할 때 프로젝트 진행 전에 다음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과연 워드프레스가 필요한가?

한반도에선 구글보다 네이버고 블로그 형식보단 게시판을 선호하고 페이스북과 싸이월드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아니, 페이스북이 싸이월드를 베꼈다고 생각한다). 결제를 하기 위해선 각종 Active-X 를 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IE를 사용한다. 워드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보니 이런 요청도 늘어간다.

워드프레스에 게시판 어떻게 넣나요?
카드 결제는 안되나요?

그런데 이런 질문에 워드프레스로 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워드프레스는 전세계인이 공유하고 있는 오픈소스인데 한반도의 특수한 웹환경을 기준으로 워드프레스를 끼워맞추는 일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애초의 목적에 맞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되고 공유되고 있는 소스들을 활용하지 못할 바엔 워드프레스를 버리고 기존의 방식대로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편이 비용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워드프레스는 컨텐츠(DB) 관리 면에서 추후에 있을지 모를 리뉴얼이나 확대개편에서 유리할 수 있다.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현재보다 미래에 가치를 두고 선택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블로그보다 워드프레스로 만든 블로그가 디자인이 좋다?

그럴 수 있지만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투자될 비용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 워드프레스 테마나 플러그인을 개발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워드프레스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오랜 시간 여기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데 국내 워드프레스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인데다가 국내의 웹환경이 외국과 비교할 때 독특한 구석이 많아 워드프레스를 국내 실정에 맞추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최근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SNS들을 보더라도 전세계 사용자가 글로벌한 하나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선 불편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급변하는 웹환경에 순발력있게 대처하기 위해선 여러 개의 확장팩보다 하나의 코어에 집중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트렌드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때 시장에 내놓기도 어렵다.

워드프레스는 워드프레스답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

웹사이트를 계획할 때엔 국내의 웹 환경을 고려하고 워드프레스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한 후에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검토해 가는 것이 현명하다. 결코 워드프레스는 공짜도 요술지팡이도 아니란 걸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