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홈페이지” 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가능하면 다른 용어를 찾게 된다. 홈페이지라는 단어가 웹을 인쇄매체와 같다고 오해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면 포스터고 웹에 게시하면 홈페이지인가?
웹디자인을 페이지당 단가로 산정하는 관행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실 웹은 2차원적인 매체가 아니다. 흔히 링크라고 부르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공간이동이 이뤄진다는 점 하나만 보더라도 웹은 입체적인 구조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웹을 단순한 전단지들로 도배하고 있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 그 쓰임새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망치 대신 스마트폰으로 못을 박겠다는 사람이 자기 사는 동네에선 다들 그렇게 한다며 스마트폰으로 못에 내리친다면 그걸 보면서 “악!” 하는 탄성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종이로 만든 집(홈페이지)’ 이 튼튼할리도 없고 그 안에서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이래봐야 어디까지나 인쇄매체의 한계 안에 갖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책을 만들지 왜 웹에다 그걸 하세요?” 하고 묻고 싶을 뿐이다.
홈페이지라는 말은 오래되었고 이 단어가 출현한 당시에는 가상세계에 내 존재를 알리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들떴을 것이다. 내 집이 목조인지 RC조인지… 페이퍼조(?)인지 그게 뭐 중요했겠나? 하지만 그로부터 한 세기를 넘어 아직까지도 종이집을 짓고 있다면 우리의 주거환경, 아니 웹환경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정말 지금 이대로 충분한가?’ 라고 말이다. “집이란 게 비 피하고 잠만 잘 수 있으면 그만이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천년의 집을 지을 것도 아니고 그냥 단촐하게 우리 식구 다리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면 그게 종이건 뭐건 상관있나?
웹을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면 좋겠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통하고 성장하는 그런 아바타를 꿈꾸면 좋겠다. 그리고 이해해야할 것이 웹은 밥 대신 컨텐츠와 업데이트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 도대체 생판 남인 웹디자이너에서 제 자식을 맡기고 위탁기간 종료된 뒤에는 풀뜯어먹고 살라고 방치하는 부모가 어디 있냐 말이다. 낳기만 하면 그냥 알아서 큰답디까? 알아서 크는 그런 기특한 자식을 바랍니까?
자, 지금까지 투덜거리면서 썼는데 정리하면 두 가지다.
- 첫째, 웹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기획에서부터 2차원적인 사고를 버리고 4차원으로 가자.
- 둘째, 웹은 만드는 것 만큼 가꾸고 관리할 때 살아남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