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대한 오해, 집인가 책인가? Essay · 2014년 12월 17일

보통 “홈페이지” 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가능하면 다른 용어를 찾게 된다. 홈페이지라는 단어가 웹을 인쇄매체와 같다고 오해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면 포스터고 웹에 게시하면 홈페이지인가?

웹디자인을 페이지당 단가로 산정하는 관행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실 웹은 2차원적인 매체가 아니다. 흔히 링크라고 부르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공간이동이 이뤄진다는 점 하나만 보더라도 웹은 입체적인 구조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웹을 단순한 전단지들로 도배하고 있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 그 쓰임새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망치 대신 스마트폰으로 못을 박겠다는 사람이 자기 사는 동네에선 다들 그렇게 한다며 스마트폰으로 못에 내리친다면 그걸 보면서 “악!” 하는 탄성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종이로 만든 집(홈페이지)’ 이 튼튼할리도 없고 그 안에서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이래봐야 어디까지나 인쇄매체의 한계 안에 갖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책을 만들지 왜 웹에다 그걸 하세요?” 하고 묻고 싶을 뿐이다.

홈페이지라는 말은 오래되었고 이 단어가 출현한 당시에는 가상세계에 내 존재를 알리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들떴을 것이다. 내 집이 목조인지 RC조인지… 페이퍼조(?)인지 그게 뭐 중요했겠나? 하지만 그로부터 한 세기를 넘어 아직까지도 종이집을 짓고 있다면 우리의 주거환경, 아니 웹환경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정말 지금 이대로 충분한가?’ 라고 말이다. “집이란 게 비 피하고 잠만 잘 수 있으면 그만이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천년의 집을 지을 것도 아니고 그냥 단촐하게 우리 식구 다리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면 그게 종이건 뭐건 상관있나?

웹을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면 좋겠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통하고 성장하는 그런 아바타를 꿈꾸면 좋겠다. 그리고 이해해야할 것이 웹은 밥 대신 컨텐츠와 업데이트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 도대체 생판 남인 웹디자이너에서 제 자식을 맡기고 위탁기간 종료된 뒤에는 풀뜯어먹고 살라고 방치하는 부모가 어디 있냐 말이다. 낳기만 하면 그냥 알아서 큰답디까? 알아서 크는 그런 기특한 자식을 바랍니까?

자, 지금까지 투덜거리면서 썼는데 정리하면 두 가지다.

  • 첫째, 웹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기획에서부터 2차원적인 사고를 버리고 4차원으로 가자.
  • 둘째, 웹은 만드는 것 만큼 가꾸고 관리할 때 살아남는다는 것.